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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현 칼럼] 봉준호 감독과 미래사회 인재교육에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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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현
기사입력 2020-08-20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람직한 부모 역할 중 하나는 자녀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켜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다. 특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영재아의 부모에게는 어떻게 하면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교육적 지원을 해야 하는지가 숙제일 것이다. 영재아가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고,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절한 교육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교육학자인 블룸(Bloom)은 예술, 수학, 과학, 운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이룬 120명의 사람들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재성과 재능은 가족과 교사가 제공하는 격려와 지지, 그리고 환경적인 기회 없이는 실현시킬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2020년 2월 우리 국민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분야의 상을 휩쓴 것이다. 2019년에는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밖에 영화 기생충이 만들어낸 기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칸 영화제에서는 많은 쟁쟁한 작품을 따돌리고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이며,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외국어 영화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소식을 듣고 이렇게 뛰어난 성취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봉 감독의 가정환경, 부모님의 자녀양육 방식, 어린 시절,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여러 정서적 특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널리 알려진 대로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인 고 봉상균(1933~2017)씨는 한국의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와 영남대 미술대학 교수였다. 봉감독의 어머니 박소영씨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년)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1910~1986)의 둘째 딸이다. 봉 감독은 2남2녀 가운데 막내아들이었다. 봉 감독의 영화감독으로서의 예술성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유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 그를 둘러싼 교육 환경이다.

 

봉 감독은 어렸을 때 아버지 서재에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자랐다고 한다. 봉 감독의 누나인 봉지희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는 “아버지가 미대 교수님이셔서 서재에는 시중에 없던 서양 책이나 영화, 건축, 디자인 관련 책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아버지의 서재는 어린 봉준호 감독에게는 한 마디로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새로운 제품들을 접하면서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혔고, 영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어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비싼 전집을 구입하여 서재 가득 채워주기도 한다. 그런 비싼 전집류의 책들이 아니라 부모가 읽고 있는 책,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봉지희 교수는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 문학, 음악을 다 좋아했다”면서 “감독이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반대하시기는커녕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라’며 격려해주셨다”고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부모의 양육태도, 자녀와의 대화, 자녀와 함께 하는 활동, 모범적이고 화목한 가정 분위기, 부모의 솔선수범하는 태도, 자율성 존중, 그리고 성장 기대가 잠재된 영재성을 발휘하는데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이다.

 

자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격려하고, 자녀가 선택한 진로에 대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던 부모님의 양육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OECD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에서는 미래 사회에서 개인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3대 핵심역량 범주를 제시하였다. 그 중의 세 번째 핵심 역량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기’이다. 자신이 인생의 주체가 되어 인생계획, 프로젝트 등을 계획, 구상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봉감독의 부모님 어린 시절부터 봉 감독의 자율성을 존중함으로써 12살부터 ‘영화감독’이라는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실천해나갔던 것이다.

 

봉준호 감독과 일한 많은 배우들이 그의 인성에 대해 극찬을 한다. 봉 감독의 누나는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속 썩이는 일 없이 차분하고 조용하고 느리고 사려 깊은 아이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친구들 관계에 있어서 어려운 친구를 많이 배려한다거나 데리고 온다거나 항상 보면 가장 반에서 조금 불우한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집에서 밥을 먹게 했어요. 그런 적이 굉장히 많았고 사려 깊어요. 굉장히 사려 깊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그런 배려 같은 마음이 어릴 때부터 그런 게 많았던 것 같아요.”

 

OECD에서 이야기한 3대 핵심역량 중 두 번째가 바로 ‘이질적인 집단에서 상호작용을 잘 하는 역량’이다. 즉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잘 맺으며, 협동하는 능력,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이에 해당한다. 리더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역량이며, 배려와 의사소통 능력이 이 핵심역량의 기초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찍을 때 감독은 수 백 명을 진두지휘하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감독마다 다양한 성향이 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 따뜻한 마음이 뒷받침된 봉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유명 헐리웃 배우들이 앞 다투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감독으로 꼽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주목하고 싶은 마지막 특성은 ‘회복탄력성’과 ‘과제집착력’이다.

 

봉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인 '플란다스의 개'(2000년)는 흥행에 대참패하면서 상업영화에 데뷔하자마자 커다란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된다. 충무로에서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쉽지 않은데 봉준호 감독은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여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비인지 능력 또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즉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여도 포기하지 않고 원래의 마음 상태로 되돌아 올 수 있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과제집착력이란 영재학자인 렌줄리(Renzulli)의 영재의 세 고리 정의를 구성하는 하나의 특성이다. 과제집착력이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과정을 즐기면서 자기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사, 아니 세계 영화사에 굵직한 획을 남긴 감독이 되었다. 봉 감독의 어린 시절과 그가 가진 특성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자녀 교육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난 요즘 우리 아이의 재능은 무엇인지 또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지지를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유미현 교수 (아주대 교육대학원 융합인재 및 영재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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