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허행윤 칼럼]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사법영역 잣대로만 가늠 못해… 6월 최종판결에 붙여

일각에선 대법 심리로 정치적 公共財 미래적 가치 무산의 愚 우려도… 솔모몬의 지혜를 기대하며

가 -가 +

허행윤 기자
기사입력 2020-05-21

 

황허(黃河)는 중국인들이 어머니의 품으로 생각하는 가람입니다. 가람은 강의 옛말입니다. 그 강 상류에는 롱먼(龍門), 즉 용이 드나드는 출입구라는 계곡이 있습니다. 그 위로 황색 강물이 성난 파도처럼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새벽녘이면 개밥바라기별이 하늘에서 물끄러미 내려다봅니다.

 

이 근처에는 흐름이 아주 빠른 폭포가 있습니다. 누런 강물이 떨어지는 바닥에선 숱한 물고기들이 모여 저마다 뒤질세라 열심히 뜀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녀석들 가운데는 제법 높은 곳, 경우에 따라서는 폭포 꼭대기 부근까지 뛰어 오르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 밑바닥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은 듯 누워있습니다. 말이 물고기지, 거의 바다에 사는 상어 크기의 민물고기입니다. 녀석을 사람들은 리위(鯉魚)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말로는 잉어라는 녀석입니다.

 

리위는 봄부터 가을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지내다, 겨울 문턱 어느 날 젖 먹던 힘을 다해 창공을 향해 솟구칩니다. 그리고 마침내 폭포 꼭대기에 오르는데 성공하면서 한 마리의 용이 됩니다.

 

중국인들은 이를 가리켜 덩롱(登龍), 즉 용으로 도약했다고 하고, 그 공간을 흔히 중국어 발음으로는 덩롱먼(登龍門), 우리 발음으로는 등용문이라고 부릅니다.
누군가 인간이 폭포 밑바닥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잉어의 지느러미를 붙잡고 있다면, 그는 아마도 섣부른 치기 투성이의 정치인일 겁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공자와 맹자 등 중국 성현들의 분석입니다.

 

제가 중국문학을 전공해서가 아니라, 정치와 정치인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비유가 있을까요?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정치인을 용이 되기 위해 롱먼 근처 폭포 밑바닥에 누워있는 잉어의 지느러미를 잡고 있는 사람으로 치환(置換)했습니다.  

 

오늘 불현 듯 중국 고사를 꺼낸 까닭은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재명 경기지사를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선고는 당초 예정기일이었던 5월에는 내려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공판은  지난 14일 열린 대법원 2부 소부(小部) 합의에 올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소부는 대법관 3명 이상이 하나의 부(部)가 되고, 그 곳에서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기기 전에 먼저 사건을 심리(審理)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연후에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기게 됩니다. 일종의 사전검토입니다. 원래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가 최종적으로 심리한다는 법원조직법에 따른 절차입니다. 전원합의체는 전체 대법관 14명 가운데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대법관 1명을 제외하고 대법관 13명이 참여합니다. 

 

다음 소부 합의 기일인 오는 28일로 예정됐습니다.

 

이 지사 상고심에 대한 합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선고기일은 통상 2~3주일 이후로 잡혀지는 만큼 아무리 빨라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6월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소부 합의를 통해 대법관들의 판단에 따라 이례적으로 2~3일 이내로 선고기일을 잡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달 13일 대법원이 이 지사의 상고심에 대해 쟁점 논의에 들어가면서 선고기일이 조만간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암튼 예상을 빗나간 셈이 됐습니다.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열린 항소심을 통해 친형 강제입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지사 측이 상고한 건 같은 달 11일이었습니다.

 

이후 이 지사 측이 허위사실 공표죄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 2심 선고부터 8개월가량이 흘렀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은 원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진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급한 사건이 아니면 사실상 재판이 열리지 않으면서 선고가 미뤄졌습니다.

 

재판이 장기화되자 대법원에는 이 지사에 대한 탄원서와 엄벌 촉구 진정서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 법원 시스템 사건기록에 등록된 제출 건수로만 감안하면 최근까지 탄원서는 536건, 엄벌촉구 진정서는 868건 등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계속 연기되면서 그동안 온라인과 SNS 등을 중심으로 이 지사에 대한 지지파와 반대파 등으로 나뉘어 탄원서와 엄벌촉구 진정서 제출 캠페인 대결도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법원이 이 지사에 대해 당선무효형 원심을 확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지사의 표현대로 ‘정치적 사형선고’와 함께 보전 받은 선거비 38억 원을 물어내야 합니다.

 

결국 이 지사의 운명은 대법원의 저울 위에 올려진 셈입니다.

 

반대로 대법원이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서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하고, 벌금 100만 원 이하의 형을 확정 받으면 이 지사는 기사회생할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법원은 사실심인 1심이나 2심과는 달리 법률심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당사자나 변호사, 검사 등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변론하지 않고 서류 재판으로 진행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해당 사건에 적용된 1~2심 판결의 법률과 논리 등에 오류가 있는지만 확인합니다. 1~2심을 통해 검사와 피고인 간의 사실관계와 주장, 근거 등을 파악해 유무죄 및 양형 등을 판결했다면 대법원은 1심과 2심 판결이 법률을 잘 적용해 재판했는지만 심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구체적인 형량도 명시되지 않습니다. 하급심(1심과 2심) 판단이 옳으면 “상고를 기각한다”, 하급심 판단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OO고등법원/OO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라고만 씁니다. 다시 판결하라고 파기 환송돼 온 사건에 대해 2심 법원이 대법원이 지적한 법리를 깰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대법원이 하라는 대로 판결해야 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사례들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채인석 전 화성시장의 경우가 있습니다. 채 전 시장은 1심에서 벌금 300만 원, 2심에서 벌금 200만 원 등 1~2심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채 전 시장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객원교수나 연구교수 등으로 활동한 적이 없으면서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출판기념회를 앞둔 채로 2천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낸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채 전 시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 유권자가 포함된 주민들에게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보낸 부분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물론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반드시 기사회생만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지난 2017년 11월 파기환송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권 전 시장은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특별회비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1억 5천9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권 전 시장은 1~2심에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파기환송 했습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을 통해 유사 기구 설립에 의한 사전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되면서 결국 시장직에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다시 이재명 지사 재판에 대해 복기(復碁)하겠습니다. 이 지사는 이른바 친형 강제진단 사건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검사 사칭·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사건과 관련된 각각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모두 4가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4가지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도 검사 사칭·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사건에 대해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고의가 없다면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친형 강제진단 사건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친형의 행동을 정신병 증상으로 여겼을 수 있고, 입원을 결정하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부분에서 디테일이 미묘하게 갈렸습니다. 재판부는 친형 강제진단 사건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1심)을 파기한 것입니다. 선거 방송토론회 등을 통해 행한 이 지사의 발언을 근거로 이른바 ‘일부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2심 판결에 대해 이 지사 측 변호인단은 “법원은 친형 강제진단 관련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 대해 선거 방송토론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건 모순된 해석이다. 지사직 상실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건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다. 대법원이 진실에 입각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공공재. 정치권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정치공학 차원에서 네이밍한 호칭입니다. 정치적 공공재라는 워딩에는 긍정적인 뜻도 담겨져 있지만, 다소 부정적인 의미도 녹여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특히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인구가 있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역대 수장들은 단순한 행정가를 넘어 대권을 향한 잠룡(潛龍)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의 의중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지사가 펼치는 행정의 일거수일투족( 一擧手一投足)이 도민들을 배려한 순수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포석을 위한 제스처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공공재의 가치는 이미 끝난 단순한 과거나 현재 등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들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있는 건 맞습니다. 법률적인 판단을 제외한 나머지 많은 부분들, 이를테면 정치적인 판단과 도덕적인 판단 등은 도민들 각자의 몫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정치적 공공재가 혹여 라도 사법적인 영역에서 법률적인 판단에 의해 미묘한 차이로 잘못 해석된다면, 그 정치적 공공재가 품고 있는 미래적인 가치는 실현 불가능으로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가치가 가져올 수 있는 열매의 유산(流産) 피해는 그렇다면 고스란히 1천330만 경기 도민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최종심을 앞두고 이렇게, 또는 저렇게 생각했던 경우의 수들 가운데 어떤 경우가 수가 적중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경기 도민들이 미래에 누릴 수 있는 가치가 조금이라도 폄훼되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가 적용되길 기대해봅니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수원화성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