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허행윤칼럼]포스트 4·15총선…정치생태계, 갈라파고스化에서 구해야

여당의 180석 압승, 국민들이 상생정치 하라며 던지는 따끔한 질책

가 -가 +

허행윤기자
기사입력 2020-04-17

 



어기적거리며 걸어가는 코끼리처럼 거대한 덩치의 거북이, 바닷가에서 해초를 뜯어 먹는 보라색 도마뱀…. 생물학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습니다. 여태까지 뭍에선 볼 수 없었던, 진기하고 괴상한 생물들이 눈앞에서 생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해양탐사선인 비글호를 타고 3년여 동안의 항해 끝에 남태평양 한 복판에 홀로 서있는 섬에 도착한 건 1859년이었습니다. 지금 같은 엔진의 동력이 아니라 돛과 바람을 이용한 동력으로 움직이는 242t 무게의 범선이었던 만큼 육지를 떠나 3년여 동안의 항해 끝에 어렵고 힘들게 도착한 섬이었습니다.

 

50대 초반의 나이여서 뱃멀미도 심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동물들을 목격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섬에서의 소중한 경험은 무릇 모든 생물들은 불특정의 형태로 변화를 이어간다는 이론에 오롯이 담깁니다.    

     

눈치를 채셨죠. <진화론>의 저자 찰스 다윈의 이야기입니다. 섬 이름은 남미의 에콰도르의 영토인 갈라파고스. 거북이 가운데 목 부분의 등껍질이 높게 솟아있는 모습이 안장을 닮았다고 해서 스페인어의 ‘갈라파고’에서 따왔다는 이곳에는 얼마나 섬들이 많은지 갈라파고스 제도(諸島)라고 부릅니다. 정확한 명칭은 ‘갈라파고스 제도’이지만, 이제부터는 그냥 갈라파고스라고 부르겠습니다.

 

다윈이 <진화론>을 쓸 수 있었던 건 그가 경험한 갈라파고스라는 섬이 대양의 다른 섬들과는 달리 많은 종(種)의 생물들이 살고 고유종의 비율이 높은 독특했기 때문입니다. 갈라파고스가 다윈에게는 드넓은 실험실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다양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확인되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에는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이 많이 모여 있는 탓입니다.

 

1859년 다윈의 눈에 띈 갈라파고스의 희귀한 생물들은 이밖에도 많았습니다. 북극 등 추운 지방에서나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갈라파고스 펭귄도 그 가운데 한 녀석이었습니다. 갈라파고스만의 가마우지인 갈라파고스 가마우치도 있고, 이 섬에만 살고 있는 갈라파고스 상어도 있습니다. 남태평양 한 복판에만 사는 갈라파고스 물개도 있고, 갈라파고스 바다사자도 있습니다, 이 섬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갈라파고스 앨버트로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갈색펠리컨도 있고 푸른발부비도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비갈매기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갈색펠리컨과 푸른발부비 등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갈라파고스’라는 지명이 접두사로 붙어있습니다.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처럼 갈라파고스에 별종의 생물들이 많은 까닭은 갈라파고스가 육지로부터 고립돼 진화의 방향이 달라져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사회적으로 세계적인 표준과 동떨어져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현상을 갈라파고스화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갈라파고스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할까 합니다. 사실 저도‘살아 있는 박물관과 진화의 전시장’이라는 이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저 자신도) 궁금하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여유가 있으면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1천여㎞ 정도 떨어진 남태평양에 있으며, 섬 19곳으로 이뤄졌습니다. 해류 3개가 만나는 지점이어서 그만큼 해양생물들의 보고(寶庫)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지진과 화산 활동은 이 섬들이 만들어진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런 활동 과정과 더불어 다른 섬들과 떨어져 있는 환경은 이 지역에서 희귀한 동물들이 발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길게 뻗은 해안선은 조금 무너졌지만, 단층작용과 해양 침식작용이 일어난 많은 곳에는 가파른 절벽과 용암, 산호와 조개껍데기 등으로 이뤄진 해변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엊그제 끝난 4·15 총선 얘기로 돌아와야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단독(비례용 위성정당 포함)으로 국회 300석 가운데 과반을 훌쩍 넘는 180석(60%)을 석권했습니다. 열린민주당과 정의당 의석까지 합치면 63%입니다. 이 의석수로는 헌법 개헌만 제외하고 단독 법률 제정과 예산안 통과 등 뭐든지 다 추진이 가능합니다. 헌법 개헌을 제외한 의결정족수 대부분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제 짧은 견해로는 단순한 투표가 아니라, 혁명에 버금가는 대사건이라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여태까지의 선거를 통해 이처럼 엄청난 결과는 처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야를 떠나 전체 300석인 국회에서 과반이 훌쩍 넘어 무려 180석을 석권한 경우는 민주화 이후인 지난 1987년 이후로도 최초라고 합니다.

 

수학에는 잼뱅이지만, 이과(?) 출신들이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행 공직자선거법 상 지지율 공표가 금지된 이른바 ‘깜깜이 기간’동안 대통령 지지율은 60%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고공행진입니다. 그런데, 국회 의석수 300석에 대통령 지지율인 60%를 곱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거둔 의석수인 180석이 정확하게 나온다는 겁니다.

 

이 기간 동안 미래통합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35% 안팎이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국회 총의석 수 300석에 미래통합당의 선거기간 동안의 정당 지지율 34~35%를 곱하면 102~105석이 나옵니다. 이번에 미래통합당이 얻은 의석수는 103석입니다. 문과생인 제가 볼 때 참 절묘합니다. 그래서 정치를 공학적으로도 분석하나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압승은 결국 코로나19 사태 이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에 기인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여당이 잘했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야권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만도 아니라(물론 선기기간 동안 차명진 후보 등 막말들도 많았지만), 대통령 지지율에 더 좌우됐다는 게 더불어민주당 압승의 포인트인 셈입니다.

 

사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세계적으로 철저하게 개방적이고 투명하면서도 미국이나 유럽 등과 같은 물리적인 봉쇄 없이도 성공한 방역시스템과 사재기 없는 선진 시민의식에 이어 철저한 방역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무사히 선거까지 치루면서 세계로부터 경이적인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성공적으로 방역을 진행하고 있는 점은 팩트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수준은 그렇지 못했던 게 현실입니다.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법안에 대해 논쟁하고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신 툭하면 성명서 발표에 항의에, 거기다가 심지어는 장외 집회에, 삭발에, 그 힘들다는 단식 농성도 다반사였던 게 뒤돌아본 우리의 정치 민낯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대한민국의 국회는 어린 자녀들한테도 낯 부끄러웠을 정도였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마치 갈라파고스에서 맞닥뜨리는 괴상한 생태계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10대 무역대국 반열에 오르는 경제에다 21세기 비틀즈인  BTS 등 K-Pop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5개 부문 수상 등을 자랑하는 등 경제와 문화 선진국이었지만 정치, 특히 국회에서 진행되던 정치행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당 단독 180석 석권이라는 4·15 총선 결과는 국민들이 여야 모두에게 던지는, 회초리처럼 따끔한 질책입니다. 독선적이거나(여당), 사사건건 여당의 발목을 잡는(야당)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오죽하면 이번 여당이 거둔 180석이란 의석도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겠습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5 총선은 끝났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자만하면 안 됩니다. 겸손해야 하고 몸도 한껏 낮춰야 합니다. 국민들이 부여한 180석이란 무게는 결코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꼭 풀어야 할 숙제들도 너무 많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황폐해진 경제도 살려 명실공히 21세기형 선진대국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IT강국으로써 4차산업 발전도 주도해야 합니다. 동서로 갈라진 정치지형도 복원해야 합니다. (저는 현재 보수라고 부르는 세력을 개인적으로는 보수로 동의하진 않지만) 보수와 진보 간의 불필요한 갈등이나 세대 간의 불필요한 반목 복원도 그렇습니다.   

 

우리 정치 생태계가 갈라파고스 같은 환경으로 전락하면 안 되는 까닭입니다.

 

새는 왼쪽과 오른쪽 날개가 균형이 잡혀야만 비로써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똑바로 날 수 있습니다. 물론, 갈라파고스에 가면 그런 새가 다리를 절뚝거리다 날아 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생태계 현실에서 그런 새는 결코 날 수 없습니다. 날아서도 안 됩니다.

 

무엇보다 4·15 총선 이후가 더욱 중요한 까닭은 대한민국호가 도약을 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멈추겠느냐는 기로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정치생태계가 갈라파고스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진화돼 관광객들에게 구경거리나 제공하는 나라로 전락하기를 진정 바라십니까?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수원화성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