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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란의 커피이야기]에스프레소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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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란
기사입력 2020-03-20

 


나는 축구 경기를 TV로 시청하기를 좋아한다. 축구에서 특히 미드필더를 좋아한다. 화려한 것으로 치자면 스트라이커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항상 뒤에서 묵묵히 시합을 조율하고 수비와 공격을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하는 미드필더에게 나는 더 애정이 간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을 보더라도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한 명의 우수한 미드필더가 시합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 19사태에서 보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애써주시는 미드필더의 역할을 하는 많은 분이 계시기 때문에 분명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나는 이런 분들이 무척 존경스럽다. 이런 분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더욱 활기차고 풍성하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 이런 분들을 나는 에스프레소 맨 이라 부른다.

 

메뉴 상단에 있으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카페에 처음 가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시켰다가 두 번 놀라는 커피가 있다. 조그만 잔에 담겨 와서 놀라고 또 한 번 쓰디쓴 맛에 놀라는 그런 커피가 에스프레소다. 그러나 카페에는 에스프레소가 기반이 되어 만드는 메뉴가 무척 많다. 에스프레소에 정수를 섞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으면 카페라떼나 카푸치노가 되고, 캐러멜마키아토, 모카커피, 바닐라라떼, 헤이즐넛라떼 등 우리에게 익숙하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대다수가 모두 에스프레소가 기반이 되어 만드는 메뉴다. 이처럼 커피에서 에스프레소의 역할은 화려하지도 않고 묵묵히 뒤에서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축구에서 보면 미드필더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 에스프레소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에스프레소라는 말은 이탈리아에서 유래하였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압력으로 짜냈다는 뜻 혹은 빠르다는 뜻으로 Espresso가 쓰였다. 이탈리아에는 국립 에스프레스 연구소(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가 있는데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로 인증받는데 필요한 추출조건을 보면 커피원두 양 7 ± 0.5 g, 머신에서 나오는 물 온도 88 ± 2 ℃, 추출압력 9 ± 1 bar, 추출 시간 25 ± 5 초, 추출 양 (크레마 포함)25 ± 2.5 ml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추출조건이지 나라마다, 에스프레소 머신마다, 로스팅마다, 특히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사람마다 추출조건은 달라진다. 즉 숙련된 바리스타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내 습기나 원두의 상태에 따라 분쇄도를 하루에도 여러 번 조절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에스프레소를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하여 이탈리아보다도 더 진하게 로스팅을 하여 쓴맛을 많이 냈으나 요즈음 로스팅이 점점 산미를 중시하는 추세로 나아가 가벼워지는 추세이다.

 

보통 커피를 잘 모르시더라도 지난번 카페에서 마신 커피의 맛이 오늘 방문했더니 달라져서 맛이 없다고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통계에 보면 소비자가 카페 재방문 시 제일 먼저 고려하는 사항이 바로 커피의 맛이다. 분명 커피매니아라면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의 커피 맛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숙련된 바리스타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커피 추출의 일관성과 재현성이다. 언제 어느 분에게 추출하여 제공해 드리는 커피라도 그 맛이 한결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바리스타는 항상 한잔의 좋은 커피를 위해 연구하고 일관된 맛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원두의 품질이나 에스프레소 기구의 관리에 능숙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에스프레소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어느 정도의 커피양을 가지고 어느 정도로 갈아서 얼마의 시간에 추출하느냐가 맛을 결정하는 주요 포인트다. 바로 도즈(Dose), 분쇄(Grind), 시간(Time)이다. 숙련된 바리스타는 매일 매시간 모든 사항을 체크하고 그리고 감각적으로 변화를 알아채야 한다.

 

한잔의 커피를 마실 때 우리는 처음에는 눈으로 보았을 때 그 커피가 맛있어 보여야 하고, 그다음에는 코 즉 후각으로 냄새를 맡아보고, 그리고 한 모금을 마시어 혀에 놓고 미각으로 맛을 음미하고, 마지막으로 목 넘김을 통하여 촉각으로 커피의 향미를 느끼며 마셔야 잘 마시는 것이다. 추출된 커피는 우선 시각적으로 맛있어 보여야 한다. 커피를 맛있어 보이게 연출을 해주는 것이 바로 크레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압력을 가하면 커피의 지방 성분과 수용성 성분이 혼합되면서 만들어지는 고운 황금색 커피 거품을 크레마라 부른다. 좋은 에스프레소는 30ml 한 잔을 추출할 때 3~4mm 정도의 두께로 적당한 색상과 밀도로 크레마가 형성된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 사용된 원두의 종류와 양, 커피의 신선도, 분쇄의 정도, 탬핑의 정도, 물의 온도와 압력, 추출 시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 크레마를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위의 조건이 잘 맞으면 에스프레소 잔 안에서 점박이 형태의 크레마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일명 “타이거 스킨”이라 부른다. 카페에 가서 타이거 스킨이 잘 나타난 에스프레소가 나온다면, 적어도 "이 집은 커피를 대충 내리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 소비자의 관점에서 카페에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숙련된 바리스타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둘째, 주문하면 직접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서 바로 내려주는지 그런 일련의 과정이 오픈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셋째, 포터 필터(원두 가루 받는 도구)가 에스프레소 머신 그룹 헤드에 늘 끼워져 있어 예열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넷째, 사용하고 있는 원두의 이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다섯째, 추출된 한잔의 커피에 크레마의 형성이 잘되었는지 확인한다.

 

이 이외에도 많은 다른 요소가 있으나 소비자로서는 이 정도만 확인하여도 된다.

 

자 이제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셔보자.

 

다음 커피이야기는 집에서 커피나무를 어떻게 기를까? 입니다.

 

박병란(커피 컨설턴트, 비엔나커피하우스 무실점 대표,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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