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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현 칼럼] 육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허(虛)와 실(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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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현
기사입력 2020-02-13

 

몇 년 전부터 방송계에는 새로운 트렌드의 예능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른바 ‘육아 리얼리티 예능’인데 주로 연예인 부모와 자녀가 출연하여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며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이다. 연예인 부모와 자녀가 방송에 함께 출연하는 것은 주로 설이나 추석 명절 등 특집 프로그램에서 일회적인 출연이었는데 이것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시초는 아마도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2009.2.21.~2015.4.26)’이라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이후 MBC ‘아빠! 어디가?(2013.1.6.~2015.1.18)’라는 프로그램이 신설되었는데, 육아 리얼리티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연, 아버지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박 2일과 같은 일종의 야생 버라이어티를 응용한 것으로 연예인 아버지와 자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마을로 1박 2일 여행을 함께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시골의 문화 체험을 기본으로 하여 아이들의 좌충우돌 미션 수행, 아빠들의 어설프지만 흥미로운 요리 대결 등 쿡방과 간간히 자녀와 나누는 대화가 방송의 기본 뼈대였다.

 

‘아빠! 어디가?’ 의 영향으로 여러 공중파 방송사에서 소위 육아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였다. KBS에서 선보인 ‘슈퍼맨이 돌아왔다(2013.11.3.~현재)’는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보다 후발 주자이지만 출연진을 계속 바꾸어가며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SBS에서 선보인 ‘오 마이 베이비(2014.1.13.~2016.8.20)’ 역시 한 동안 큰 인기를 누려서 육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불패 신화를 쓰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현재 공중파 TV에서 방송되는 육아 리얼리티 예능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유일한 상황이다.

 

육아 리얼리티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몇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육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집이 일반인들에게 위화감을 제공한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프로그램 중에서 방문하는 장소들, 사용하는 제품들, 특히 의류나 장난감, 가구 등의 지나친 PPL 문제, 지나친 의도적 편집으로 인한 프로그램의 순수성이 결여되는 문제 등이 시청자들과 여러 매체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육아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하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이러한 육아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 자녀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돌 무렵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이다. 육아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아이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과연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육아 리얼리티 예능을 통해 연예인 부모들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가장 큰 효과는 이미지 개선 효과이다. 방송을 뜸하게 하거나 방송을 하지 않던 연예인,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던 연예인이 육아 리얼리티 예능을 통해 평소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습, 특히 자녀를 세심하게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 더불어 프로그램이 인기가 커지면 아이와 함께 광고 모델 발탁이 되기도 하므로 출연료뿐 아니라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많은 연예인 부모들이 육아 리얼리티 예능을 출연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런데 육아 리얼리티 예능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아이’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허락을 받고 출연을 결정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의지로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가 주인공으로 설정된 TV 육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하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고승우 박사(언론사회학)에 의하면 촬영 과정에서 카메라맨이 아파트 거실에 텐트를 치고 위장해 방송용 영상을 확보하는데, 자칫 해당 어린이가 주변 인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거나, 또래 어린이들보다 자신이 특출하다고 생각하거나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이는 아이의 정상적이고 건전한 발육에 지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아정체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직업이기에 연예인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출연이 오히려 직업적으로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그러나 연예인 자녀는 스스로 연예인 자녀가 되고자 선택한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 출연 결정 또한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닐 것이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 가지로 ‘아빠! 어디 가?’의 포맷을 그대로 딴 ‘爸爸去哪儿’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정규편성하기에 이르렀다. 아버지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방송을 통해 각자의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이룬 아버지들이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 자녀를 돌보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아버지의 역할이 경제적 부양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가정적이면서 자상함을 갖추어야 한다는(Coltrane, 1996; Lupton & Barclay, 1997, 황신해 외, 2018 재인용) 인식을 보편화 하는데 이바지하였다.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은 사회 유명 인사들의 자녀가 출연하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방영을 금지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부유층 어린이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같은 이유로 10살 이하 어린이의 광고 출연도 금지시켰다. 물론 한국에서 중국과 같은 직접 규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TV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공공성과 공익성 제고 차원에서 다각도의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육아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하는 부모 중에서 미취학이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결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부모가 연예인이지 아이가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에 주위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시청률과 인기를 떠나서 육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과연 ‘육아(育兒), 즉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예능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출연하는 부모와 방송국 담당자 스스로에게 해보아야 할 때이다.

 

유미현 교수(아주대 교육대학원 융합인재 및 영재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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