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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칼럼] 마리 앙투아네트의 기립박수와 반바지와의 명쾌한 함수관계

파격도, 혁신도 시민들의 지지가 뒤따라야 동력 유지할 수 있어…
시민의 행복 위해서도 제2의 반바지 파격, 행정에서도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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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기자
기사입력 2019-07-23

 


루이 15세는 프랑스 절대왕정시대 군주 중 정부(情婦)가 많았던  특이한 군주였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1774년 세상을 하직한다. 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손자가 루이 16세였다. 즉위 이후  그는 미국의 독립전쟁을 도왔다. 루이 16세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여 년 뒤 프랑스 대혁명을 맞게 되고, 단두대에서 그의 부인과 최후를 맞는다.  

 

영국 청교도들이 신대륙에서 영국에 대항, 독립전쟁을 벌일 때만 해도 아무도 프랑스의 파병을 예견하지 못했었다. 루이 16세의 결정은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역사에는 가정(假定)이 없지만, 프랑스 대혁명만 없었다면, 루이 16세는 이 부분만 놓고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했다. 하지만, 역사는 냉혹했고, 그는 지금까지 단지 프랑스 절대왕정시대 마지막 군주로만 남아 있다.     
  
사실 역사에선 루이 16세보다 그의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더  유명하다. 오스트리아는 물론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했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막내딸이었던 그녀는 남편인 루이 16세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페라 공연에서의 기립 박수였다. 공연이 감동적이어도 감정을 절제하는 게 당시 프랑스 귀족들이 품위를 유지하는 관례였기에 더욱 그랬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유럽을 집어 삼키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의식이 고조됐고, 마침내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던 그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군주들이 스러져 갔다. 자본주의는 그렇게 탄생됐고, 유럽은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이 없었다면 어쩌면 마리 앙투아네트의 기립  박수는 지금까지 파격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아 있었을 터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격이 세월이 흘러도 그 동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대중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져 갔고, 그녀에 대한 대중의 기억도 소멸됐기에 그녀의 (오페라 공연에서의) 기립 박수라는 파격도 자연스럽게 그 동력을 잃으면서 잊혀져 갔다. 파격의 긍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역사의 교훈이다.     

              
시간이 지나면 문화도 바뀌기 마련이다. 광부의 아들이었던 시칠리아 출신의 샹송가수 살바도르 아다모가 부른 <블루진과 가죽점퍼>가 지구촌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청바지가 젊은이는 물론, 장년들도 즐겨 입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슈트에 청바지 차림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정장에 꼭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와이셔츠를 바지 바깥으로 내놓고 입는 패션도 이미 옛날 얘기다.   

 

최근 이재명 지사에 이어 염태영 수원시장도 근무 효율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도청을 비롯해 수원시청 공무원들도 사무실 내 반바지 착용이 어색하지 않다. 아직은 일부에 국한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는 활성화를 위해 최근 패션쇼까지 열었다. 여름철 공무원 짧은 바지 착용은 그래서 유쾌한 ‛파격’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복기해본다. 이 지사와 염 시장의 짧은 바지 착용 권고가 마리 앙투아네트의 오페라 공연에서의 기립 박수처럼 파격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도민과 시민의 지지가 필수라는 점이다. 이들 선출직 단체장이 그동안 펼쳐온 행정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면 짧은 바지 착용이라는 파격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그것처럼 단순한 해프닝에 그쳤을 터이다. 그래서 감히 주문한다. 이 지사와 염 시장의 의미 있는 파격은 모름지기  행정에서도 계속돼야 한다. 유권자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말이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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